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뇌 건강을 지키는 고독 관리법 (외로움 관리, 새로운 취미, 나 다운 나)

by by1835 2026. 4. 30.

솔직히 저도 오랫동안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사치쯤으로 여겼습니다. 바쁘게 살면 그런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거라고 믿었는데, 어느 날 연락이 뚝 끊긴 지인들 목록을 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외로움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라,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덮쳐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외로움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이제 제게는 꽤 절박한 숙제가 됐습니다.

1. 외로움은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상태입니다

저는 외로움을 한동안 그냥 기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나쁘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면 사라지는 것쯤으로요.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외로움은 기분이 아니라 상태였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어느 틈에 자리잡은, 비자발적 고립감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외로움을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사회적 고립이란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연결감이 끊겼다고 느끼는 상태, 그게 바로 사회적 고립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직장에 나가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 무거운 사실이 있습니다.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사회적 고립이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도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저는 이 대목에서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건강한 노후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외로움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그 선물을 망가뜨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영국이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하고, 일본이 '고독 장관'을 임명한 것도 이 문제가 개인의 의지력으로 해결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이미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공중보건 문제가 됐습니다(출처: 영국 보건사회보장부).

그렇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외로움을 관리한다는 것은 마치 당뇨를 관리하듯, 꾸준히 다루는 것입니다. 단번에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다루는 것이죠. 제가 이 생각에 동의하게 된 건 직접 겪어보고 나서였습니다.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 하거나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외로움을 그냥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혼자 있는 시간에 SNS와 넷플릭스를 끄고, 떠오르는 감정을 그냥 인정해주는 것
  • 감정 일기를 쓰면서 그날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
  • 외로움이 몰려올 때 바로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가는 것
  • 하루에 한 가지 작은 선행을 실천하고 반드시 기록하는 것

 

2. 뇌도 근육이다, 새로운 취미가 고독의 색을 바꿉니다

심리학에서 고독(solitude)과 외로움(loneliness)은 다른 개념으로 구분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시간에 생각을 이어가며 스스로를 채우는 상태이고, 외로움은 혼자 버려진 채 생각이 멈춰버린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고독은 즐기는 것이고 외로움은 고통받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건 외로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능력을 키우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 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기타를 치면서 하모니카를 불던 사람입니다. 학원에서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음악을 듣고 즉흥적으로 따라 치는 게 재미 있어서 했던 거죠. 그게 40년 전 일인데, 아직도 그 시간이 저한테는 유일한 해방감이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학원에 다녀 악보 읽는 것도 제대로 배우고, 연습해서  대중들 앞에서 발표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으면 하지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반응해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뇌도 근육처럼 쓸수록 강해지고, 안 쓰면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60세, 70세에도 새로운 취미를 배우기 시작하면 새로운 신경 연결이 만들어지고, 뇌는 실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는 이 측면에서 탁월합니다. 악보를 읽고 외우고, 두 손의 움직임을 조율하면서 박자를 맞추는 과정은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춤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안무를 외우고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뇌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악기 연주도 그와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뇌 신경가소성과 악기 연주의 효과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신경가소성을 돕는 악기 연주와 인지 기능 회복
이미지출처:Gemini AI 생성
이 이미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AI가 제작한 이미지 입니다.

3. 외로움은 나 다운 나가 되는 시간이다.

취미를 고를 때 한 가지 기억해두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취미와, 내가 진짜 좋아서 하는 취미는 다릅니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개념처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오는 심리적 포만감이 있습니다. 여기서 헬퍼스 하이란 내가 누군가를 돕거나, 혹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느끼는 뿌듯하고 충만한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며칠에서 몇 주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SNS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남들이 멋있다고 할 것 같아서 시작한 취미는 금방 지칩니다. 그것보다는 40년 전에 기타를 치던 나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신이 나서 하던 그것을 다시 꺼내보는 게 낫습니다.

아직 그런 것이 없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빠져보시길 권합니다. 집 안 취미 하나, 집 밖 취미 하나 이렇게 두 가지를 두면 더 좋습니다. 날씨나 체력과 상관없이 혼자서 죽을 때까지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감정 일기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친구는 제 기준이 아닌 자기 기준으로 위로를 해주지만, 감정 일기는 철저하게 제 편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몇 주 지나고 나니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됐습니다.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이긴 겁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혼자일 때 비로소 '나다운 나'가 됩니다. 저는 앞으로 이 시간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악보 한 줄 더 읽고 현 하나 더 튕기는 시간으로 채워볼 작정입니다. 오늘 바로 시작해보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본 블로그의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으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심각하게 느껴질 경우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 하시기 바랍니다. 본 블로그는 정보 제공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lR72AEW4LA
https://www.youtube.com/watch?v=6TQfOHSltkE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